가나자와생활-난텐(南天ナンテン)열매를 먹어치운 직박구리새의 검거현장

KANAZAWA¦가나자와/가나자와에서 먹다

가나자와생활-난텐(南天ナンテン)열매를 먹어치운 직박구리새의 검거현장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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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ko ✍🏻서울출신 일본거주, 프리랜서 디자이너¦남편도시락을 만들며 취미로 여러 콘테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가나자와생활-난텐(南天ナンテン)열매를 먹어치운 직박구리새의 검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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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아직 잎이 푸를때의 난텐, 겨울이 될수록 새빨갛고 붉게 물든다.

 

 

 

가나자와에 이주한 뒤 부쩍 마음에 드는 식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난텐계의 나무, 그리고 난텐이라는 식물의 종은 꽤 다양하므로 입의 길이나 형태 등에서도 분류가 나뉘게 됩니다.

 

처음 가나자와 이주가 결정되고, 부동산 업무를 보러 잠시 가나자와에 들렀을때에 처음 마주한 전통건물이 가득했던 골목 "히가시차야 가이"에 많은 가게의 앞에 붉고 예쁜 자태로 자리하고 있던 나무. 이름이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코타츠에 전원을 켜두고 아침 컴퓨터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즈음, 다소 사이즈가 있는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두리번거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집 주변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본 적도 없는 살짝 회색빛이 돌고 아랫배 쪽부터 꼬리까지 하얀 털인 새 한 마리.

부리는 아주 살짝 휘어있는 손바닥보다 좀 더 살짝 긴듯한 참새보다는 훨씬 큰 새 한 마리였습니다.

 

 

"범인은 너였냐?"

 

그리고 그 새 한 마리는 매우 능숙한 스피드로, 곧바로 난텐의 중심 기둥의 나뭇가지에 다리를 고정시키고 매달려(사진을 보면 옆으로 매달려 있는것이 참 재밌네요) 하나하나 난텐의 열매들을 하나하나씩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켜면 날아가버릴까, 바로 옆에 있던 핸드폰으로, 인스타 스토리를 켜 실시간 영상 스토리를 녹화하기 시작했어요.

찍히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는 새. 불과 새와 저의 사이는 거실 창을 두고 작은 정원까지, 1미터 남짓이었습니다. 

 

그간 이틀간 눈에 띄게 사라져 버린 현관 쪽, 그리고 작은 정원 쪽의 난텐의 붉은 알갱이들, 그리고 주변에 있었던 응가들을 보면서,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길쥐도 접했었고, 밤낮없이 돌아다니는 까마귀들이 범인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한 마리의 용의자인 주인 없는 검은 컬 고양이. 일본에 난무하다는 박쥐, 정말 그 안에서 범인은 누구인지, 도대체 언제 와서 어떻게 먹는지의 고민으로 식물을 관리하는 데에 꽤 진지한 시간을 보내는 저에게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골칫거리인 고민거리였는데,

 

 

 

이미지 출처 구글,(난텐알갱이를 다 먹고 텅빈 가지에 앉아있는 직박구리)

 

그간 며칠간, 난간위, 현관 바닥 등에서 발견된 응가들과 응가들 속에 있었던 내용물, 응가를 해둔 패턴, 등등을 나름 생각하고 분석해가면서 그리고 최종적으로 오늘 마주한 새 한 마리의 행태를 보며 결국 범인은 "직박구리 새" 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직박구리는 일본어로 히 요 도리(ヒヨドリ)로 불립니다.

 

조류에 대해서는 깊은 정보와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오늘 또 이렇게 직박구리라는 새에 대해서 처음으로 검색을 하고 알아가게 되었어요.

인스타 스토리로 찍어둔 직박구리가 난텐열매를 먹어치우는 현장의 짤 영상 캡처 사진으로 구글에 검색하니, 가차 없이 쏟아져나오는 사진들속 새가 바로 직박구리.

 

수많은 직박구리의 사진들을 보면서, 아. 내가 본 새가 직박구리가 맞는 것 같다.라는 확신이 섭니다. 특히 일부 곤충 및 달콤한"감"역시 직박구리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면서 일본의 구글에서는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인 "난 텐"의 빨갛고 작은 열매를 먹어치우기로 유명하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2주 전, 그래도 눈이 오고 비가 자주와 알갱이나 잎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눈사람을 찍으면서 함께 찍어본 난텐이예요. 작은 정원에 2~3그루의 난텐을 심어두었고, 그리고 사진속의 작은 화분의 난텐은 별도로 현관근처에 두고있는 상태였어요. 새하얀눈 맞으며 강한 날씨에도 굳건하게 이쁨을 뽑내는 난텐을 볼 때마다 참 기분도 좋고, 식물을 기르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동이난 난텐 열매들, 딱 두어알 남아 집안으로 잠시 피신시켰다.

그러나, 요 며칠 새에, 갑자기 확 줄어들어버린 난텐의 알갱이 분실사건... 잎은 워낙 바람에 잘 떨어지곤 하지만, 알갱이가 이렇게 대책 없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었어요. 더군다나 현관 쪽에 있었던 알갱이들은 떨어진 것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흔적도 없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예쁘게 잘도 열려있던 열매가 흔적도없이 사라진 것, 조류나 동물이 먹었을 것이라는 것은 경험이 없어 상상도 못 했고, 그저 누군가의 범죄인가까지 생각하게 된 계기.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흑색깔의 1센티~2센티 정도 길이었던 응가. 비가 갠 뒤라 실제 응가의 굵기나 본래 상태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일본 구글의 이곳저곳을 검색해보니, 대부분 잇 코다 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여러 가지 뉴스나 전문 블로그의 수많은 글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견한 응가나, 먹다 뱉은 것 같은 찌꺼기들은 사진도 찍기 전에 경황이 없어 물청소를 해버린 이유로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

 

최대한 남편과 제가 눈으로 확인한 것을 바탕으로 비슷한 응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만 덩이 다 거기서 거기 (웃음)

단지 마음속으로는 제발 까마귀만 아니면 돼... 박쥐만 아니면 돼... 쥐만 아니면돼... 등등의 멘트를 주문 외우듯이 외우고 있었지요. 

개인적으로 까마귀도 박쥐도, 쥐도 집 주변에 들어왔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용의 선상에서 

고양이를 배제한 이유 > 덩에 악취가 없다

까마귀를 배제한 이유 > 까마귀는 고체와 액체를 함께 본다

 

이 와중에 인터넷에서 본 쥐, 혹은 박쥐의 덩은 제가 우리 집 현관에서 발견한 덩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계속해서 찜찜한 상태.

비가 온 다음날처럼 수분을 흡수한 뒤에 상태가 다들 가지각색이고, 생긴 게 다 비슷비슷해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정말 이렇게 인터넷으로 쥐 같은 길가 동물들이나 새들의 응가를 찾아본 것도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웃음) 1차로 발견한 흔적은 응가 한 덩이와 뭔가를 씹다가 뱉은듯한 껍데기들이었어요. 하나하나 딱히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고 (처음에는 고양이 덩인가 싶어서 냄새를 킁킁 맡았는데 냄새가 심한 냥이 덩이 아니라 무향이어서 고양이는 용의 선상에서 지웠지요.) 갈색도 아닌, 흑색인 것이 특징, 안에는 현미도 보리도 아닌 무언가 곡물 같은 덩어리들이 그대로 박혀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면장갑 낀 상태로 버리는 천에 으깨 보는데, 딱히 더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어쩜 그렇게 덩을 예쁘게 난간 위에 나열을 해두었는지, 정말로 잠시 동안이었지만, 생각 없는 사람이 장난을 해두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작은 정원에 있는 난 텐 종은 휘어진 잎들의 특징으로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둥근 공 모양의 형태처럼 보이는데요, 그것이 두덩이, 세 덩이를 이루고 있는 우리 난텐이들이 열매들을 다 잃고 난 뒤의 모습을, 순간으로나마 찍어보았습니다. (한 덩이의 모습만 찍었어요, 비가 와서 핀트가 엉망)

 

평소 같으면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포도처럼 달려있을 텐데, 어쩜 이렇게 초록초록 싱그러운 자태가 되었는지..... 참,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박쥐, 혹은 쥐, 그리고 까마귀의 행태가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봅니다. 

 

 

오늘 약 몇 시간에 걸쳐서 정말 많이 왔다 갔다 하며 냉큼냉큼 열매를 따 먹더군요. 남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한바탕 웃어내고, 남편이 보내준 사이트 내용을 참고해 보자 하니 꽤 큰 난 텐을 기르고 있는 어떤 일본여성의 블로그를 참고로, 직바구리 새가 난텐 열매를 먹고, 그 위에 흙에 응가를 하면 그곳에서 또 다른 난텐이 잘 자란다 라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건 알겠지만, 우리 집 방문 직 바구니 새는

담벼락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흔적을 남겨주니 참으로 한탄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요즘 새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인스타에서 해외의 외국인 계정중 전문적으로 세계의 다양한 조류등을 가까이 찍어 공유하는 피드들을 팔로우해서 엄마미소로 영상과 사진을 보는데에 꽤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있습니다. 참 신기한 깃털, 부리, 키위만한 작은 크기의

처음보는 새의 종류들을 보는데에 참 기분이 좋아지곤합니다.

 

전선에 나란히 앉은 배뽈똑 작은 참새들의 이야기들을 듣는것 또한 , 이곳 가나자와 생활에서의 또다른 즐거움입니다. 

 

내일도 직박구리가 찾아올까요?

 

남편 왈, "열매를 다 먹으면 안지않을까? 그럼 다행이잖아" 🥲

맞는말인데 너무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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